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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en Media

좀 다른 시각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공예 스튜디오
작성일: 2020.09.14
조회수: 1212

두 가지 전공, 네 가지 분야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폭넓은 시각에서 생활을 들여다보고 색다른 프로젝트를 선보이는 디자인 스튜디오가 있다. 건축, 섬유, 도자, 금속공예에서 비롯된 다양한 실험을 하는 공예 스튜디오 세간살이다. 

 

 

세간살이는 특별한 시각으로 삶을 바라보며 다양한 이야기를 담는 공예 스튜디오다. 

 

 

세간살이의 프로젝트가 눈에 들어온 것은 쓸모나 형태와 같은 실용성이나 디자인이 아닌 명확한 이야기에서부터 디자인이 시작되는, 프로젝트를 구성하는 특별한 방식 때문이었다. 이를테면 색에서부터 시작된 구릉잔, 건물에 담긴 이야기를 통한 기억과 추억을 말하는 향도구와 같은 거다. 

 

물론 관심을 불러일으킨 첫 번째 요소는 시각적 요소였는데, 하나하나의 프로젝트를 들여다보니 어느새 흥미로운 이야기에 빠져들게 됐고, 이는 결국 하나의 맥락, 세간살이의 색을 짐작하게 했다. 

 

 

 

'마지막 한 입까지 따뜻한 티워머'

 

 

2017년 펀딩을 통해 선보인 세간살이의 첫 번째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끝까지 따뜻한 차를 마실 수 있도록 해주는 티워머였다. 모두가 느껴보았을 법한 차가워진 차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준 이 프로젝트는 일상에 대한 세심한 관찰에서 시작돼 여러 전공을 살린 디테일한 디자인을 통해 완성됐고, 부족하고 아쉬웠던 매일을 알맞게 채워주었다. 

 

서 있는 모습이 위태로운듯하면서도 매력적인 구릉잔은 색에서부터 시작된 프로젝트로, 색을 통해 다양한 관계를 말했다. 향을 머금거나 혹은 퍼트리는 형태로 언어와 풍경에 대한 요소까지 디자인에 담아 완성시킨 이 프로젝트는 색, 형태, 소리 등을 통해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코로 냄새를 맡고 입으로 맛보고 귀로 듣는 디자인으로 완성됐다. 

 

이들의 프로젝트 중엔 업사이클링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는 것도 있다. 파손이 될 수 있는 제품을 포장할 때 사용되는 에어캡, 일명 ‘뽁뽁이’를 활용한 것으로, 물건을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포장의 용도로도 사용이 가능한 뽁뽁빽이다. 세 가지 두께와 크기의 에어캡으로 이루어진 여러 가지 형태의 뽁뽁빽은 그 자체로도 개성 있는 포장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질감의 테이프 스티커와 함께 구성됐고, 덕분에 일상에서도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가방이 탄생했다. 

 

 

'완만한 형과 색의 술잔, 구릉잔' 프로젝트. 안료의 입자, 유약, 흙, 온도 등에 의해 변화하는 도예 작업의 특성을 고려해 색 실험을 진행했고, 기성품에서 찾아보기 힘든 6가지의 색으로 완성, 새벽 6시의 어스름한 이미지를 담았다.

 

 

가장 최근에 선보인 향돌 프로젝트에서는 우리의 삶과 이야기가 담긴 골목길의 집과 주변의 건물들을 모티브로 ‘향기가 드나드는 집’을 선보였다. 사라져가고 있는 연립주택, 2층짜리 벽돌가옥과 높지 않은 꼬마빌딩 등으로 디자인된 향돌은 향과 함께 개개인에게 여러 가지 추억과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하나같이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생활 속에서 누구나 접해보았을 경험에서 비롯돼 어느 것 하나 낯설지 않은 디자인들을 선보이고 있는 세간살이의 이야기다. 

 

세간살이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려요.

 

세간살이는 금속공예와 섬유를 공부한 배미시와 도자공예와 건축을 공부한 김거시가 만든 공예 스튜디오예요. 사물의 재료와 기능, 쓰임에 대한 일상적 탐구를 재미있는 실험으로 풀어낸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제작합니다.

 

두 분의 작업이 네 가지 분야가 어우러진 다양하고 특별한 디자인을 탄생시키는 것 같아요. 함께 작업하시는 데 있어 가장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두 사람 다 한 가지 재료나 기법을 중심으로 깊이를 더해가는 공예를 전공했지만, 하나를 꾸준히 연구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곳으로의 탐험을 즐기는 편이에요. 계속해서 여러 사람, 다른 분야의 조합이 가능한 새로운 공예 플랫폼을 만들어보고자 하는 포부로 세간살이를 결성했는데요, 원래 하던 것에 대한 고집을 버리고 두 명이 가진 역량과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작업을 하다 보니 개인의 틀을 벗어나 보다 자유로운 창작이 가능해졌어요. 혼자서는 생각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결과물들을 만들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에요. 

 

그동안 펀딩을 통해 선보이신 티워머, 뽁뽁빽, 향돌 등의 프로젝트가 모두 좋은 반응을 얻었는데, 모든 이야기가 특별한 곳에서 시작되는 것이 눈에 띄었어요. 프로젝트를 진행하실 때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시는지 궁금해요.

 

프로젝트는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 당시의 취미나 관심사, 필요 등 미시적인 주목에서 시작해 재미있는 이야기로 키워나가려고 해요. 술잔을 놓을 때의 작은 일렁임(구릉잔), 향을 피울 때 느껴지는 산책의 기분(향돌)처럼 사물에 입체적인 경험을 담으려 하죠. 이렇게 물건이 범람하는 시대에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무엇일까 고민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가장 기능적인 물건’이나 ‘가장 저렴한 것’, ‘가장 잘 팔릴만한 것’을 만들기보다는 ‘약간의 비범함’으로 우리의 일상을 풍성하게 만들고 싶어요. 

 

 

업사이클링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뽁뽁빽'

 

 

뽁뽁이로 만든 ‘뽁뽁빽’은 쓸모도 좋지만,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데요, 어떻게 기획하게 되셨나요?

 

요즘은 택배로 물건을 주고받는 경우가 많은데, 저희는 도자기를 판매하기도 해서 특히 포장에 대한 고민이 컸어요. 완충재뿐 아니라 멋을 위한 꺼풀에 쇼핑백이나 상자까지 더해져 포장이 비대해지는 경우가 많아 늘 아쉬웠는데, 이러한 고민을 프로젝트로 풀어보게 됐어요. 완충재와 수납까지 가능한 뽁뽁빽으로 간편하면서도 재치 있는 선물 포장을 할 수 있도록 기획했습니다.

 

뽁뽁빽에는 업사이클링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뽁뽁빽과 친구들’ 프로젝트는 새로운 포장 용품에 대한 실험이자 비닐 업사이클링에 대한 제안이기도 했어요. 균등한 품질의 폐비닐 수급이 어려운 관계로 판매용 뽁뽁빽 재료는 새 에어캡을 사용하고 있는데, 대신 가정에서 뽁뽁빽을 만들 수 있도록 헌 뽁뽁이를 이용해 뽁뽁빽을 만드는 수업과 이벤트를 진행해 업사이클링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세간살이는 뽁뽁빽 제작을 위해 직접 기계를 만들기도 했다. 

 

 

뽁뽁빽 제작을 위해 기계를 직접 만들기도 하셨어요. 기계 제작은 디자인을 하는 것과는 또 다른 분야인데 어렵진 않으셨나요? 

 

배미시가 석사 과정에서 작은 열접착기를 만들어 작업한 경험을 토대로 제작했습니다. 배미시는 엔지니어 속성을 탑재해서 이렇게 제작을 위한 도구 등을 제작하는 것을 즐기는 편이에요. 

 

최근 펀딩을 통해 선보이신 향돌은 건물을 모티브로 한 디자인이 아기자기하면서도 견고한 느낌을 주었어요. 4가지 형태의 건물로 디자인하셨는데, 이러한 형태로 디자인하신 특별한 의도가 있으신가요? 

 

‘향을 즐기는 방법에 대한 나만의 탐색’을 도와주는 향 도구 일체를 만들자는 생각으로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됐어요. 선향이나 뿔향, 아로마오일 등 여러 종류의 향 제품군이 있는데, 향이야말로 사람마다 취향이 극명하게 갈리는 분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각자의 삶을 향에 비유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자연스럽게 향도구의 모양을 집 모양으로 만들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향이 드나드는 건물 미니어처 '향돌' 프로젝트

 

 

예쁜 디자인, 편한 사용성을 넘어 향을 퍼트리는 기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향꽂이, 뿔향로, 향돌(아로마스톤) 등으로 사용될 향도구 각각의 기능과 건물의 외형의 합을 많이 고민했어요. 적절한 크기, 열리고 닫혀야 하는 기능, 액체를 받아낼 수 있는 형태 등을 고려해서 세부적인 모양을 결정했습니다. 도자기는 돌과 비슷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제작 방식에 따라 에센셜 오일을 머금을 수 있게끔 만들 수 있었는데요. 향돌의 용도를 생각해 유약 처리를 하지 않고 도자기의 발색이 잘 되면서도 기공이 남아있도록 1240℃에서 소성했습니다. 특히 향돌의 기능만을 가진 2층 벽돌가옥의 경우 자기질화가 되지 않아 흡수성이 큰 테라코타 소지를 사용하고, 향을 듬뿍 머금을 수 있도록 속을 채워 만들었어요.

 

지금까지 진행하신 디자인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것은 무엇인가요? 

 

아직도 회자되는 것은 세간살이의 첫 프로젝트인 티워머예요. 처음이었기 때문에 더욱 용감할 수 있었고, 그만큼 시행착오도 많아 몇 년이 지난 요즘도 어려운 일이 생길 때면 ‘티워머에 비하면…’하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진하게 고생한 프로젝트예요. 티워머는 현재는 판매하지 않는데, 다시 제작한다면 디자인을 수정하고 싶기도 하고, 대량생산이라는 다음 장으로 넘어가는 소재가 될 수 있길 희망하고 있어요.

 

디자인 작업에 있어 세간살이만의 특별한 방식이 있다면요?

 

여행 같은 일상을 가지려 해요. 일하는 시간만큼 노는 시간과 자는 시간, 먹는 시간의 확보를 중요하게 생각하죠. 새로운 경험은 언제든 환영이에요. 노는 것, 놀듯이 일하는 것이 계속 탐험해갈 수 있는 원동력이 돼요. 영감을 얻어 새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디자인을 풀어갈 때는 진한 토론을 며칠이고 합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많은 결정의 갈래들을 마주하는데, 대화를 통해 그 길을 찾아가요. 

 

작업을 하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은요?

 

작업에 있어서 최우선 가치는 재미에 두고 있어요. 만드는 저희가 재미있어야 보는 사람도 재미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겨울이 시작할 무렵 유튜버로 데뷔하기 위해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어요. 공예 스튜디오로서 온라인 미디어 콘텐츠의 다변화를 꾀하려고 합니다. 열린 플랫폼으로서 기능하고자 하는 희망도 있기 때문에 협업 멤버는 언제나 모집 중이에요. 

 

어떤 브랜드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항상 새로운 가능성을 탐험하고 만들어내는 공예 스튜디오로 인지되고 싶습니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자료제공_ 세간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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